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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8 [Primus_둔산] Shortbus

Director & Play: John Cameron Mitchell
Actors: Sook-Yin Lee, Linsay Beamish, Paul Dawson, PJ DeBoy


해방구랄까 돌파구랄까 성에 관한 모든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곳 shortbus. 처음 제목을 보고 그가 한 말은 "shortbus? 짧은 버스란 말야?" 설마.. 다른 뜻이 있겠지 생각했으나 처음으로 주인공들-난 여기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 같았다. 엔딩 자막의 이름 순서에서 여주인공 Sook-In Lee가 1번 주인공임을 알았지만-이 shortbus에 들어갈 때 HOST가 그냥 버스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별로 의미 없는 단어이지만 그런 이름을 가지고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 HOST와 참여자들의 능력인 것이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 찾아보니 보통은 그냥 Schoolbus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과 달리 장애가 있거나 문제가 있어서 일반버스를 타고 등교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버스가 Shortbus라고 한다. 어딘가 모자란, 남들과 다른 사람들을 비꼬는 은어라는 말인데 그 뜻을 알고 나니 더더욱 shortbus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어느 누구나 마음 속에 어둠을 담고 산다. 섹스를 좋아하고 남편을 유일한 반려라고 생각하지만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는, 커플전문가라고 불리고 싶은 성전문가는 '여자만의 비밀 클럽'에 들어가고 싶어서 shortbus를 찾게 되고 소심한 여러 시도 끝에 결국 남편과 둘이서 해결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shortbus의 난교방에서 보았던 커플과 또다른 시도를 해보게 되면서 남편과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지만 경제 형편상 SM플레이를 해야하는 제니퍼 애니스톤은 본명이 부끄러워서 남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가명으로 살아야 하며, 정상적인 연애를 꿈꾸지만 정작 개목걸이에 매달린 부잣집 도련님을 데리고 다니는 현실이 싫다. 몸을 팔았던 과거가 있지만 정작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제이미에게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사랑을 되돌려줄 수 없는 제임스는 울면서 자위를 하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며 6개월간 자살 비디오를 찍고, 제이미의 다음 파트너로 삼기 위해 세스를 그들의 관계에 끌어들이고 드디어 생을 마감하려 하지만 커플의 스토커 때문에 실패한다. 열정적이지만 그만큼 상대를 작게 만드는 제이미는 제임스와의 관계를 지속해 가고 싶어하지만 '보통 남자'의 서투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파트너를 찾고 싶은 세스는 JJ커플 속에 들어가지만 그게 해결책이 아님을 분명 알고 있고 스토커 역시 JJ커플을 지켜보고 있지만 단지 그뿐이다.

Sophia는 결국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랄까 그 절정의 순간이 그녀에게는 행복한 순간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결국 다다르게 되지만 그건 '해냈다' 정도의 느낌일 뿐 만족감이라던가 그로 인해 사랑에 대한 또다른 느낌을 얻는다던가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하는 키스나, 누구나 하는 섹스나, 누구나 하는 결혼이나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결국 그래서 Sophia는 shortbus를 다시 찾게 되고 거기서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아닐까. 그 순간의 화려한 배경이 되는 허스키보이스의 HOST가 부르는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Jennifer는 Sophia의 선택을 보고 있을 뿐이고, Rob 역시 shortbus의 참여자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드디어 서로를 마주보게 되는 Jamie와 James는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JJ커플을 바라보는 Cess와 Stalker는 만족스럽다.

개개인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거대 사건들의 몇일이었겠지만 shortbus에서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언제나 있어온 해프닝일 뿐이다. 그 모든 것들을 어느 정도 겪어온, 그래서 조언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HOST의 모습이 더 편안하고 솔직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결국 우리가 지켜본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을 붙잡았고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은 또 그때의 일이겠지.
 
Sophia가 개안(開眼)하는 배경은 이런 곳. 밀물이 들어와 벤치에 찰랑찰랑 물이 차오르는 그 순간에 제대로 느껴버리는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신체적으로 아찔할 만큼의 오르가즘은 얼마나 겪어내기 힘든 고통이길래 그리도 찡그린 표정으로 표현되는 걸까.

숏버스
감독 존 카메론 미첼 (2006 / 미국)
출연 숙인 리, 린지 비미시, 라파엘 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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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향여우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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