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23일 화요일 19:30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S석 C1,C2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Overture <Le Nozze Di Figaro> K.492

Antonin Leopold Dvorak (1841.09.08 - 1904.05.01)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Ludwig van Beethoven (1770.12.17 - 1827.03.26)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Conductor: 곽승(Sung Kwak)
Violincello: Masihiro Tanaka
Orchestra: KBS 교향악단

교향악단 연주는 조금 더 고차가 있는 데에서 봐야 재밌는데 또 앞으로! 라는 생각으로 낮은 곳에 앉았더니 관악파트가 너무 잘 안보여서 조금 심심했더랬습니다. 첼로협주부터는 완전 풀편성이라 콘트라바스가 두줄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양쪽 벽까지 늘어서서 배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현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저로서는 그들의 움직임이 신기하기만 해서 지루할 틈은 없었습니다.
Dvorak의 신세계 교향곡에 익숙한 저로서는 너무 가라앉는 분위기의 (특히 3악장) 첼로 협주곡은 조금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만 항상 밝은 것만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Beethoven의 운명 교향곡은 언제나처럼 좋네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Beethoven에 과한 점수를 준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나요.
곽승 님의 지휘는 음.. 비유하자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치아키의 지휘 콩쿨 때 나왔던 키리시마 상이었던가요, 온몸으로 지휘하는 그분의 분위기와 비슷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아도 동작이 큰 지휘를 선호하는 저로서는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Posted by 향여우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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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참아온 나날, 힘겹던 날, 다 사라져 간다. 연기처럼 멀리.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금 내겐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 뿐.

그 많았던 비난과 고난을 떨치고 일어서 세상으로 부딪혀 맞설 뿐.
지금 이 순간, 내 모든 걸,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걸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애타게 찾던 절실한 소원을 위해.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동영상 링크: http://video.naver.com/2009022317493036405

Posted by 향여우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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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는 제야 음악회에 참석하지 않고 한 해의 마무리를 조용히 보냈었다. 2009년의 시작은 좀더 활기차게 하고 싶어서 지난 주말 예약해둔 신년 음악회. 솔직히 아주 큰 기대를 하고 갔다기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듣고 싶은 생각이었다.

공연을 2층에서 본 것은 몇년만의 일인 것 같은데, 거기서는 또 소리의 느낌이 다르다. 눈앞의 첼로통의 울림이 바로 내게 다가오는 것과 같은 생생함이 아니라 음악홀 전체가 울려서 내게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다. 큰형부가 예전에 2층 앞에서 듣는 소리가 더 좋더라 했던 이야기가 이런 건가 싶다. 1부에서는 다행히 앞두줄의 사람이 없어서 더 편하게 봤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릴 때부터 공연장을 찾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이 애들에게 좋을지 나쁠지는 난 잘 모르겠다. 분명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그 공연들의 내용은 기억이 거의 안나지만 공연장의 시끌시끌한 분위기는 기억이 난다. 그 때문에 공연을 보러가도 지겹거나 다른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거나 하는 것은 덜한 것 같지만 그래도 뒷자리의 사람이 본의던 본의가 아니던 앞좌석을 건드리는 건 영화관에서보다 공연장에서 좀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어제는 어찌된 일인지 1부에서는 조용하더니 2부에서 뒷자리의 움직임이 커지다가 의자를 툭툭 치기를 몇번.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뒤돌아봤더니 친구끼리 온 두사람이 장난치다가 실수한 것 같은 분위기길래 그냥 바로 앉았다.


느긋하게 음악감상하러 온 목적이 강해서 오페라글래스를 갖고 갔지만 그리 열심히 보지는 않았다. 위 사진은 신년음악회 페이지의 사진이지만 이번 공연의 편성은 아닌 듯 하다. 게다가 지휘자가 아시모프인 것을 보니 다른 정기 연주회의 연습 사진이 아닐까.

서현석 지휘자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으로 국내 활동이 활발한 지휘자다. 언뜻 내가 알고 있는 분과 많이 닮아서 재밌었다. 공연 내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레>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관악기의 빽빽거림이 확실히 약하지만 듣기에는 좀 더 마음이 편하달까,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는 부분이 나오니 반가웠다. 두번째 곡은 <캔디드 서곡>이었는데 작곡자로보다 지휘자로 더 유명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이다. 그러고보니 첫번째 공연곡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레>의 작곡자인 아론 코플랜드와 번스타인은 친구사이이기도 했다. 번스타인은 말러 교향곡 지휘로 명성을 얻었고, 꽤나 재미있는 지휘 스타일로 관심을 받았고, 또 복잡한 연애관계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모든 경험들이 그 사람의 예술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만 어떤 식으로 승화시키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얼만큼 반짝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예술의 세계란 너무도 인과관계가 모호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두 곡이 끝났다.


다음 곡은 유명한 <Zigeunerweisen>이다. 집시 음악은 반음계가 두개나 포함된 오음계로 구성된다는 해설자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음계도 역시 오음계로 이루어져있고 그 때문에 태평소 소리나 해금 소리 같이 악기 자체의 소리로 알아차리기 전에 우리나라 음악임을 알게 되는 것과 같이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솔리스트 이지화의 금색 드레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프로필 사진이 도리어 우울해보일 정도로 무대 위에서 그녀는 활기차 보였고 바이올린의 소리도 멋있었다. 활로 켜는 것과 동시에 새끼 손가락으로 마지막 현을 튕겨주는 기교도 훌륭히 해내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9분 가까이의 연주 시간이 금방 흘러가 버렸다.
1부의 남은 세곡은 슈트라우스 2세의 곡. <트리치-트리치>, <사냥>에서는 '팡!'하는 소리를 폭죽으로 대신했는데 심벌즈 연주자가 폭죽 담당이었다. 폭죽에서 색색깔 리본이 터져나오고 앞 자리의 트럼본 연주자가 뒤로 밀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냥의 마지막 부분의 총소리대신 폭죽을 두개 동시에 터트리려고 준비했던 연주자가 세상에나! 실패를 해버렸다. 그 전의 폭죽들과 좀 다른 모양이길래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웠달까, 조금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었달까. <박쥐 서곡>이 끝나고는 인터미션이었다.

오페라로 유명한 로시니의 오페레타 <비단사다리>의 서곡은 연주 내내 오보에의 현란한 연주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노다메 칸타빌레와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로 오보에 연주자의 이미지가 강직함으로 쏠리고 있었는데 이 연주자는 그 느낌을 확 깨버리면서 약간 느끼한 오보이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말 다른 쪽을 보다가도 눈길을 확 끄는 오보에 소리를 들으니 1부에서 살짝 피콜로에 마음이 쏠렸던 것을 취소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다음 곡은 한국 작곡자의 환상곡<오호타령>이었다. 왠지 <한오백년>의 주제를 이용한 곡 같은 느낌이었는데 클라리넷을 베이스로 한 오보에의 선율이 대금류를 대신하는 느낌이었다. 오케스트라에 큰 징 같은 악기가 있는데 울리고 나면 뒤따라 오는 떨리는 소리가 독특해서 언제 치나 기대가 되는 그 악기는 징의 역할을 거의 안하고 도리어 두종류의 심벌즈로 대체하는 분위기였다. 북은 작은북과 두번째 사이즈 팀파니, 그리고 제일 오른쪽 뒤에서 치고 있는 악기는 빨래판 아래 나무를 덧붙여놓은 목악기였는데 불교 음악에서 쓰이는 목어의 비늘 부분을 이용한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트라이앵글의 소리가 조금 튀는 듯 했지만 후반의 트럼펫 소리가 넘 멋졌다. 나중 찾아보니 오호타령은 자진방아타령과 유사한 들노래란다.

레하르의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아리아, 반젤리스의 <March with Me> 두 곡은 남성 중창단 The Feel과 함께 했다. 귀에 익은 아리아도 좋았고, 네명 모두 얼굴이 빨개지도록 '아아~' 내지르는 행진곡도 신났다. 역시 사람 목소리의 힘은 대단하다. 집에 돌아와서 플라시도 도밍고의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들으면서 영어로 쓰면 You mean everything to me라는 걸 알고 팝송으로 방향 전환, 멍하니 들으며 역시 사랑은 참 좋은 것이란 생각을 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운명교향곡이라고 불리는 4번 교향곡 4악장을 끝으로 신년음악회가 끝났다. 예전에는 공연을 보려면 누구랑 갈까를 정하는 것도 복잡했고, 몇일 전부터 공연 전후에 어떤 것을 해야지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고 했는데 점점 편한 마음으로 가서 즐겁게 즐기고 오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예매했던 것을 잊고 있다가 한시간 전에 깨닫고 슈욱 가서 편안하게 보고 돌아오는 길이 충분히 기뻤던 것을 보면 좋은 것은 항상 좋은 것인가 보다.

 

Posted by 향여우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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