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난 항상 음악적으로 대단한 사람보다는 미술적으로 대단한 사람이 항상 부러웠다. 만들고, 색칠하는 기술보다는 2차원, 내지는 3차원 공간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항상 부러웠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지만 그보다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하여 빈 공간에 점을 찍고, 선을 긋고, 면을 붙여 나가는 것이 놀라울 따름. 최근 또 다시 본 Sound of Music을 떠올려보면, 파티날 밤에 일곱 아이들이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하는 <So long>이라는 노래의 시작 부분에 계단에서 아이들이 서 있는 포매이션을 보면 중앙에 세로로 세 여자애들이 서고 남녀, 남녀 한쌍이 세로로 양쪽에 서게 되는데 한쪽은 네명 중 키 큰 한쌍이, 다른 쪽은 키 작은 한쌍이 자리를 잡는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남자애가 큰 편이면 그 앞에 키 작은 여자애를 두는 것이 전체 구도를 보았을 때 균형이 잡혀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들이 짝지어 앞으로 나오면서 그 구도의 당위성을 깨닫는 나로서는 미술이란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는 사족인 것이고, 그런 동경 때문에 그림 구경하는 것을 꽤 즐기는 나로서는 그 그림의 사조가 어떻고, 어느 시대에 그려진 것이고, 작가의 역사는 어떻고 하는 것보다는 그림 자체를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 목적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리에 대한 공연을 보는 빈도수 보다 미술전을 포함한 작품전을 보는 빈도수가 훨씬 낫다. 내게는 아직도 미술에 대한 경원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보고 싶다는 열망은 항상 존재해서 이번 퐁피두센터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 교보문고의 대도록 구매시 평일 초대권을 주는 행사에 적극 참여해서 평일 초대권을 지갑에 넣어다닌지 1개월 남짓 되었는데 오늘은 아래와 같은 초대권 2장이 생겼다. 물론 이벤트 신청한 건 나 자신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꼭 될거라고 생각하면서 응모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런 소식에는 놀라움과 자랑스러움이 앞서게 된다. 누구에게 자랑할까, 누구랑 언제, 어떻게 보러갈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즐거울 것만 같다.
일단 원래 보러가기로 한 caaf 또한 대도록을 산다고 했으니 19일에는 평일 초대권으로 보러 가고, 새로 생긴 초대권으로는 2월에 Worldsea랑 보러가야겠다. 그렇담 일단 오늘 할 일은 이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worldsea에게 데이트 신청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