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되는 날 난 또 뜨개질을 하면서 MBC 가요대제전과 KBS&SBS 연기대상을 보고 있었다. 올해에는 2개를 만들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지난 겨울에 자투리실로 하나를 미리 만들어둔 덕에 이번에 만든 것까지 두개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실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지는 실 색깔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일단은 개수에 만족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이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작년에 뜨고 남은 실로 만든 것. 내 운명이던 사람의 생일 기념 뜨개질로 밤새면서 만든 작품이다. 지난번에는 다홍색 몸체에다 동그란 술을 파랑색으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파랑실이 얼마 안남았길래 아래쪽 가터뜨기 부분에 포인트로 두줄만 붙여봤다. 조금 더 기술이 있었으면 글씨를 새긴다던지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여전히 뜨개질은 자신이 없다.
그리고 GSshop을 통해서 모자뜨기 시즌3 키트를 구매하고 이틀 후 받자마자 개봉을 해서 기념 사진을 찍어두었다. 얌전한 오렌지색깔의 실이 한덩어리만 들어있어서 배색을 달리할 필요가 없겠구나 다소 안심했었다는 건 후문. 시즌 3에서는 광목천으로 만들어진 파우치를 함께 줘서 시즌 2 키트에서 남은 바늘이나 실들을 한데 보관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함께 들어있는 책자에는 시즌 2 동안 모자를 뜬 사람들이 짧은 편지들이 몇개 올라있어서 동료의식이랄까 하는 것들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시작하게 되는 모자뜨기지만 결과물을 앞에 놓고서 생각하는 것은 모두들 한 마음이었다. 이 모자를 쓰게 될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라는 것 뿐이다. 나 또한 얼굴도 이름도 모를 저 먼 타국의 간난아기가 내가 뜬 모자를 쓰고 삶을, 인생을 버텨나갈 수 있는 처음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티비를 켜놓고 쉬엄쉬엄 뜨는 뜨개질은 그리 쉽게 손에 익지 않는다. 아기용 면사이기 때문에 가는 실들이 모여진 실이라 실수로 가는 실들이 꼬이기 일쑤라 신경써서 봐야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메리야스뜨기가 꽤 균일하게 나온게 아닌가 혼자서 뿌듯함을 느껴본다.
결과물이 나온지는 일주일이 되었으나 아직 난 우체국에 가지 못했다. 모자와 함께 동봉되는 쪽지에 글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또 웹페이지에 가본다. 첫모자를 뜬 12월 15일까지만해도 도착한 모자가 0개였는데 어느새 3246개가 도착해있단다. 모자뜨기 캠페인 배너도 티스토리에 달아봤다. 하나만 있으니 조금 아쉽길래 G마켓의 푸드데이 배너도 아래에 붙여뒀다. 좀 안어울리긴 한다.
나는 아마 내 아기를 위한 모자는 뜨지 않을 것 같다. 물건이 넘쳐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하이얀 면으로 된 아기 모자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때에도 새해가 되면 어딘가에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아기들을 위해서 뜨개질을 하고, 소포를 보낼 것이다. 생명은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웹링크:
http://www.sc.or.kr/moja/main.php
2009/10/03 - [崔志向/Cecile in 2009] - [SaveTheChildren]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