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하며 잊어야 하는 내 마음 너무 아파요
그대 떠나는 뒷모습에 내 눈물 떨구어 주리
가는 걸음에 내 눈물 떨구어 주리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 버리고
얼굴에 주름지어 내 사랑 식어 버려도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Save The Children>은 국제 아동권리관이다. 이번 아이티 지진 때문에 그 곳의 Save The Children 건물이 폐쇄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안좋았다. 여러 국제 구호기관들은 내전 중인 나라든 낙후된 나라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데 막상 큰 일이 벌어지면 보호받은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진정한 봉사정신을 품고 기획되기 마련이다. 겁쟁이인 나는 그런 대단한 수준에는 발등도 미치지 못하고 그냥 편한 내 자리에서 아주 작게, 정말 작게 한두가지 일을 할 수 있을 뿐.
그마저도 아기를 위한 모자 두개를 뜨고 벌써 2주가 지났는데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다. 후딱 보내버려야지 하는 생각에 편지도 한장 쓰고, 손빨래한 모자를 비닐팩에 하나씩 쌌다. 모자뜨기 시즌3 키트도 샀지만 모자가 2개라서 동봉한 봉투는 챙겨놓고 다른 봉투에 넣었다. 월요일에 등기로 보내야지. 사이트 www.se.or.kr/meja/main.php 에 주소 확인차 들어갔더니 도착한 모자는 1월 15일 19시 30분 현재 6,719개. 부디 이 모자가 전해질 아기가 행복하게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냄 새
신동엽
두 연인(戀人)은 걸었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 밤거리다. 외투 깃을 세워도 세워도 저녁내 걸은 두 사람의 피곤한 몸은 으스스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다방이나 홀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그들의 취미가 높았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 안의 수런수런한 말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똑같이 그들에겐 언제 저런 따뜻한 그들만의 방(房)이 마련될까 하고 생각했다.
어느 음식점 앞에서였다. 문득 그는 말했다.
“그 냄새 참 구수한데“
여인은 살짝 웃으며 외투 속의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 끌었다. 두 사람은 다시 도란도란 그들의 인생을 의논하며 사라져 갔다.
한 겨울 밤.
거리에서 맡은 구수한 내음.
허기진 젊은이의 미각(味覺)을 잡아당긴 그 내음의 의미(意味)는 순수(純粹)하다. 먹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만 그것으로 족하다.
질리도록 코를 박고 먹어 버렸으면 삼십이 넘은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가슴에 그 내음이 그리도 그리웁게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인생은 한 고비 넘었다. 그렇게 부러워하던 다스운 불빛이 새어 나오는 그들만의 방(房)에서, 오늘은 그들의 어린것의 재롱을 웃어가며 수런수런 인생을 밤알처럼 익혀가고 있다.
책상 앞 벽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는 문득 이런 말을 했다.
“그날 밤, 그 어느 음식점 속에서 새나오던 그런 냄새나는 찌개 좀 끓여 보우“
여인(女人)은 그날 밤처럼 그저 빙긋 웃을 뿐이다.
그녀는 생각한다.
여학교(女學校) 시절, 교정 라일락 꽃나무 밑에서 맡은 짙은 꽃 내음, 뒷동산에서 어린 시절에 맡은 들국화의 은은한 향기. 꽃 가게에서 맡은 장미꽃의, 젊음을 뇌살시킬 듯한 농향(濃香). 이런 것은 다 잊을 수 없다.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서정시(抒情詩)처럼 이따금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다.
그러나 냄새도 인생과 함께 자란다. 이제 그녀의 손엔 어린것의 기저귀 냄새와 살림살이를 거두는, 여인(女人)들의 손에 풍기는 시큼한 냄새가 배어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들국화나 라일락 냄새에서 피워 보던 꿈보다 그녀의 손으로 주물러 감각하는 이 시큼한 냄새에서 더 큰 꿈의 현실을 맛보며 즐거워할 것이다.
여인(女人)은 땀에 젖은 남자의 가슴에, 남자는 냄새 풍기는 여인(女人)의 머리칼에 각각 하루의 피곤을 묻고 행복에 젖는 것이다.
그는 생각한다. 옆을 지나가는 여인(女人)의 분(粉)냄새에서 여성(女性)을 그리워하던 젊은 시절은 얼마나 철없는 시절이었던가 하고. 그는 이제 값비싼 인공향료(人工香科)가 혐기(嫌忌)스러워진 자신을 느낀다. 변소에까지 수도를 놓고 닦아내는 서양인(西洋人)들의 인생은 얼마나 무미한가. 닦고 또 닦고, 香科와 크림으로 체취(體臭)를 위장하려는 인생은 얼마나 위선적(僞善的)인가.
어린것의 요에서 풍기는 비릿한 지린내에서 부성애(父性愛)의 극치(極致)를 체험한다.
땀에 절은 지겟군의 담배 쌈지에서 풍겨오는 체취(體臭), 흙 속에서 생생하게 올라오는 우주의 향취, 그러나 무엇보다도 밤에, 발랄한 그들의 젊음을 태우는 性의 내음은 아름다운 향기의 王子가 아니랴. 냄새는 인생과 함께 무르익는다.
바닷가에 가 보았는가. 비린내를 풍기를 바다의 내음은 억만년(億萬年) 말없이 일하는 그들의 땀내가 아닐까. 바다는 스스로 닦는 일이 없다. 바다는 스스로 화장하는 일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도 바다처럼 인간(人間)의 내음을 한 껏 피우며 살자'고 두 사람은 속삭인다.
2010년이 되는 날 난 또 뜨개질을 하면서 MBC 가요대제전과 KBS&SBS 연기대상을 보고 있었다. 올해에는 2개를 만들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지난 겨울에 자투리실로 하나를 미리 만들어둔 덕에 이번에 만든 것까지 두개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실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지는 실 색깔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일단은 개수에 만족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이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작년에 뜨고 남은 실로 만든 것. 내 운명이던 사람의 생일 기념 뜨개질로 밤새면서 만든 작품이다. 지난번에는 다홍색 몸체에다 동그란 술을 파랑색으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파랑실이 얼마 안남았길래 아래쪽 가터뜨기 부분에 포인트로 두줄만 붙여봤다. 조금 더 기술이 있었으면 글씨를 새긴다던지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여전히 뜨개질은 자신이 없다.
언젠가 네이트온 대화명을 보고 물었다.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게 아니지 않나요? ㅋㅋ"
갑작스러운 딴지 걸기냐며 웃던 그는 노래 가사를 적어주기 시작했다.
♬ 사랑없는 마음에 사랑을 주러 왔던 너~ 너의 작은 가슴 음음 그러나 큰 마음 ♩♪
해바라기의 노래라고는 <사랑으로> 밖에 몰랐던 나는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이상의 딴지를 걸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 또 어느날 네이트온 대화명을 보고는 노래를 찾아보기로 했다. '해바라기 + 사랑은 언제나 그자리에'라는 검색어를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그가 적어줬던 노래 가사 부분이 없는 거다. 또 그러면 해바라기의 노래가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쪽으로 검색을 시작했지만 허탕, 구글에 저 노래가사를 주욱 쓰고 Enter키를 누르자마자 뜬 제목은 <갈 수 없는 나라>였다. 다음 순서는 <갈 수 없는 나라>의 가사 찾기. 어라, '갈 수 없는 나라'라는 검색어는 조해일님의 소설에 대한 결과부터 보여주었다. 사실, 해바라기의 <갈 수 없는 나라>는 동명 소설을 쓴 조해일님이 작사를 하셨다고 하고 그 멤버가 몇번 바뀌면서도 해바라기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이주호님의 작곡이라고 한다.
<해바라기>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노래이고 가사도 왠지 허무함이 있달까 싶은 노래다. 내게 사랑을 준 너가 가버리고 나는 갈 수 없는 이상향의 이야기 아닌가 말이다. 그런 노래 가사를 대화명으로 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한 밤이다.